끄적끄적/글2005. 11. 14. 03:54
20대 중후반에 접어들어서, 내 인생의 '모델'을 정하고 살아간다는 게 사실 좀 우습긴하다. 그 사람이 꼭 위인따위가 아니더라도 도대체 서른살 다 처먹도록 뭐하고 산거냐?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10대에라야, 그런 삶의 모델이 있다는게 얼마나 가슴 설레이는 일이던가. (20대 초반까지도 정말 멋진거다.)

요근래 정말 삶에 자신이 없어졌다. 딱히 뚜렷한 재주는 없고, (그만한 노력도 안했고) 그렇지만 그냥 여자저차 월급받아 생활하는봉급쟁이 인생은 싫고. (그야말로 허영심이 가득찬 것이지... 쩝쩝... 봉급쟁이라도 누가 시켜준대? 낄낄)

뭔가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 하고 싶긴한데,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해낼 만한 능력과 노력도 없고, 그렇다고 그것을 포기하긴 싫고. 미친거지. 한마디로. 대학 1학년생도 아니고.

적어도 대학 1학년때 친구넘들끼리 밴드를 결성해야 했다. 매일 말로만, 말로만, 우리가 뭐 하나하면 조낸 끝내줄텐데... 라고했지만,,, 끝내주기는 커녕 차근차근하게 하나 시작도 못했다. 그런 것도 나름대로 즐거웠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뭐하나 필이꽂혀서 지랄을 못해본 셈이다.

그러던 차에, 어영부영 군대를 다녀오고, 취업준비나 열심히해야겠다라는 정상적인(?)세계관을 형성하고 있을때, 누나의 도움으로 새로운 일을 시작해봤다. 나의 가능성을 점쳐보고, 정말 좋은 경험이 되리라생각했는데, 사실 좋은 경험이긴 했으나 가능성의 한계만 보고 돌아온 것 같아 씁슬했다.

아무튼, 아무튼, 써야할 얘기는 이게 아닌데,
지난주 수요일 저녁. 나름대로 정신적 자극을 받은 술자리를 가졌다. 모 연출가와 모 작가, 그리고 우리 회사 동료들과 가진 술자리는 가히 신선한 자극이었다.

모연출가...의 라이프 스타일은 상당히 구닥다리다. 술값도 자기가 내야하고, 주위 사람들을 강력하게 휘어잡는 스타일, 그러면서도인간적인 면모를 슬쩍슬쩍 내보이는. 그렇지만 눈에서 나오는 자기 주관(세련되진 않았지만)과 같은 고집과 자부심이 꽤인상적이었다.

모작가...의 필력은 감탄을 하던 터였으나, 외모에서 풍기는 매력은 더욱 압도적이었다. 지금까지살아오면서 첫인상에 엄청난 매력을 느낀 사람은 딱 두번째다. 결혼도 했고, 3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그녀였는데, 베르테르의마음이 그러하였을까? 라면 좀 오버고.

아무튼 좋아하던 작가라고 인식하고 바라봐서 그런지 몰라도, 그녀가 지닌마력은,,, 그야말로 손에 넣을 수 없을 듯하면서도 반드시 가져야할 것 같은 그런 것이였다... 그래서 진탕 술먹고 추파도던졌는데, 다시 한번 후회가 되기 시작하는구나.

내 인생의 모델을 얘기하다가 이야기가 새버렸지만, 아무튼 그둘을 만나고 나서, 약간은 내 인생의 모델을 찾은 것 같긴하다. 사실 중고딩시절 박무직이나 유시진의 만화를 보고 나서, 작가에게느꼈던 동경... 비슷한 감정이긴 하나. 실제로 그들과 나란히 서서 뭔가를 만들어보고 싶단 생각이 강렬히 들었다. 나도 뭔가가슴속에 움직이는 게 있는데, 뭔가 멋지게 해낼 것 같은.

아무튼 그런 사람들의 눈빛은 너무나 맑다. 고딩시절 애들 뺨때리면 쿨피스란 교사나 군대시절 애들 괴롭이던 김상사의 눈빛과 비할까.

나도 나란히 서고 싶다. 배우고 싶고, 나도 만들어내고 싶다. 비록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겠지만, 그나마 단기간에 지나갈 수 있는 루트는 있으니. 도전하고프다.
Posted by TTA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