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렁뚱땅 연출 강의2012. 12. 13. 04:50

드라마와 함께하는 얼렁뚱땅 연출 강의 제 3강!



자, 제 2강에서 배웠던 FS에 대하여 복습해볼까요?




 FS으로 장소를 설명하라.

 FS으로 인물이 어떤 상황인지를 설명하라.

 한 씬의 기본은 FS이다!

 

 그 다음에 인물을 자세히 보여주면 모든 게 다 설명된다!!




이에 맞춰서 아래 장면 보시겠습니다. <청담동 앨리스> 1회에서 나오는 장면입니다.




<FS>


회사 사무실인 걸 알 수 있죠? 좀 더 꼼꼼히 보시는 분들이라면, 옆에 있는 옷이나 창의적으로 보이는? 책장 등을 보고 패션 디자인 사무실인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물론 그런 정보를 캣취하지 못한다더라도 대사 내용을 곧 이어 들어보면 여기는 세경(문근영)이가 합격한 지앤의류 사무실인 걸 알 수 있지만요.


이 샷 뒤에는 역시 인물을 타이트하게 잡은 바스트샷(BS)이 붙습니다.



<BS>


이를 통해 사무실에 세경(문근영)이 있다는 사실이 명확히 전달되죠!


이 씬이 지앤의류 사무실(세경이가 등장하는 주무대)이 등장하는 첫씬일 겁니다. 즉 위의 FS을 통해서 우리는 장소에 대한 정보를 전달 받았고, 이 씬에서 세경(문근영)이 남자 대리와 대화를 하러 찾아왔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자 그러면 FS이 정보 전달을 하는 씬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을 알았으니 저렇게 FS을 찍으면 되는 것이냐?


그렇습니다. 정보 전달 잘 해주고 인물 상황 잘 보여주면 좋은 FS이지요. 


그런데 FS이 그 역할만 하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아래 씬을 볼까요?




<FS>




<청담동 앨리스> 2회에서 나온 씬이에요. 며칠동안 연락이 안되고 잠적한 찌질이 남친(남궁민)을 만나기 위해 세경이가 남친 집으로 오는 씬입니다. 


이 풀샷에서 캣취할 수 있는 정보는 뭘까요? 높디 높은 산동네... 좁은 골목길.... 아! 남친이 엄청 가난하구나! 저 뒤로 보여지는 집들의 모습을 보세요. 엄청난 산동네인거에요!


근데 저 풀샷은 단순히 정보만 전달해주는 게 아니에요. 자세히 보세요. 


보세요...




자세히...


마악... 엄청... 외롭고 지친 주인공의 정서가 표현되지 않나요? 처량한 남친, 세경의 처지가 이해되며 정서적으로 마악 불쌍해보이지 않나요?


그렇습니다.


풀샷은 저렇게 인물의 정서를 표현해주는 샷이기도 합니다. 다음 샷에서 세경의 처량한 얼굴이 더 자세히 보여지지만, 사실 그런 샷을 보지 않더라도 시청자는 이미 저 풀샷에서 인물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의 씬인데 밤씬이 있습니다. 아래를 보시죠...



<FS>


밤씬이니 분위기가 더 살죠? 마악 가슴이 아픕니다. 쿵쾅쿵쾅 훌쩍. 눈물 핑-.


이후에 세경은 남친과 만나게 되고, 둘은 장소를 옮겨서 좀 더 대화를 나눕니다. 아래씬이에요.



<FS>


뒤의 화려한 조명을 뽐내는 빌딩 들이 보입니다. 반면에 인물들은 가난하고 초라해보이는 산동네 놀이터 같은 곳에서 조용히 앉아 있습니다. 이 씬에서 결국 남친(남궁민)은 세경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하고 둘은 눈물을 펑펑 흘립니다. 저도 막 눈물 찍- 콧물 철철- 흘렸어요. 가난하니까 이제 제발 그만하자고- 희망이 없다고 절규하는 우리 세대. 내 이야기 같어 흑흑




이렇게 대화가 시작되는거죠. 그런데 이미 저 풀샷 하나로 두 사람의 정서나, 두 사람이 처한 빈궁한 처지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나요? 그렇습니다. 때때로 씬의 성격에 따라, 풀샷은 정보 전달 + 감정 표현의 역할까지도 수행하는 것이지요. 



보너스로 한가지만 더 보고 갈게요. 아래는 제가 최근에 열심히 보고 있는 네이버 웹툰의 <덴마> (양영순 작)의 한장면입니다. 



<FS>


양영순 작가님은 FS 연출의 천재인 것 같아요. (물론 스토리나 다른 연출도 잘하시지만)


저는 저 FS을 보며 온몸이 찡- 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덴마를 보고 계신 분들은 잘 알겠지만, 라미라는 소녀 가장이 싸늘하게 변한 동생의 주검을 품에 안고 오열하는 장면이에요. 


이 풀샷에서 인물의 절절한 감정이 너무나 잘 전달되고 있죠. 화면의 중앙에는 동생을 앉고 오열하는 라미가 있고요. 화면 위로는 한바탕 난리가 나서 황폐해진 장소의 모습이 보여지고. 곁으로는 허연 인물(전사체)들이 라미를 둘러싸고 있으면서 숭고한 듯한 느낌마저 표현해냅니다. 


이건 정말이지 너무나 훌륭한 정서 전달의 FS이지 뭐에요!!!!! 


자, 오늘의 강의 내용 정리할게요!!!!!




  FS으로 정보 전달을 충분히 했는가?

 FS으로 해당 씬의 상황이 충분히 전달되는가?

 거기에 덧붙여, 인물의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는 FS이 무엇인지 한번 더 고민하라!

 정보전달+감정전달을 하는 훌륭한 FS을 완성하라!!!!!!




덧붙여. 제작 현장에서는 FS은 무조건 이쁘게 찍어라! 란 불문율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위에서 보신 산동네 씬에서도 풀샷이 참 이쁘다는 것을 알 수가 있죠. 원경으로 보이는 집들, 밤씬에 보이는 은은한 조명들. 그럴습니다. FS을 찍을 때, 어떤 각에서 잡아야 이쁜 것인지 충분히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 여기서 유의할 것! 무조건 이쁘게 찍어라-란 표현은 문자 그대로 해석하시면 안됩니다. 그 씬의 분위기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게 찍으라는 얘기겠지요. 산동네 씬에서도, 가난한 인물들의 처지를 보여주면서도 그에 대조되는 아름다운 조명 불빛을 동시에 담아냈기에 씬의 분위기가 잘 살아났던 거죠. 대본을 꼼꼼히 보고 내용에 맞는 '이쁜' FS을 잡는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쁜 FS에 대해서는 언젠가 다시 한번 다뤄보기로 할게요!

Posted by TTA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