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글2005. 12. 23. 02:57

J군은 불운의 사나이였다. 적어도 24년의 인생 동안 주욱. (25년째부터는 그나마 일이 잘 풀리고 있단 소리를 들었다. 내년에는 꼭 좋은 소식이 있길 빈다.)

[J의 인생이 너무나도 기구한지라, 주위에 이를 안타까워하지 않는 자들이 없었다]는 문구가 과방에 새겨졌다는 소식도 들었다. 물론 거짓말이다. 안타까워하긴 뭘 안타까워 하나. 즐거워했지.

그의 불운이 빚어낸 사연들 중에는 블록버스터급의 대단한 사건은 없었고, 거의가 일상에서 의 쪼잔한 불행들이 여기저기달라붙어만들어진 것들이었다. 예를 들자면, (주위에서도 흔하게 보지만) 출석을 부르지 않던 교수가 우연히 그가 빠진 날은 꼭출석을부르더라... 와 같은 사연들...


이러한 쪼잔한 불운들은 조금씩 발전(?)되고, 응용되기 시작했는데,결국그가 f를 받은 과목 하나가 폐강되는 일까지 벌어졌으며, 시험 성적 정정 기간 중에 담당 교수가 해외로 출장을 간다는 등의일도벌어져, 그를 학교 생활의 낙오자로 만들기도 했다.


하루는 J가 술먹고 늦게 들어간 날이 있었는데,J군의집열쇠가 열쇠구멍에서 부러지는 바람에 찬바람 맞으며 아파트 복도에서 밤을 지새운 일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차라리열쇠를잃어버렸다면 원통하지 않았을 텐데!- (그리고 그 다음날 열쇠집에서 새로운 키를 만들어갔지만, 복사가 제대로 되지않아문이열리지 않았다고 한다. -간혹 이런 일이 있다- 물론 그날도 아파트 계단을 베개삼아 잤단다)


한때카투사지원을 꿈꾸던 그는, 카투사 원서 접수가 가능한 마지막 토익 시험을 치기 위해, 지하철 oo역에서 하차 후 가방 맨사람들의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보통 토익 시험장 근처에는, 척봐도 시험치러 온 것 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떼지어이동하게마련이다.) 그러나 누가 알았으랴. 그 사람들은 토익 수험생들이 아니라, 근처 재수 학원에서 입시 준비를하는재수생들이었음을.... 결국 그는 재수 학원 앞에서 서성이다, 토익 시험장에 가지 못했다. 물론 카투사 지원이 좌절된것은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후 그의 자백으로, 이전 달 토익시험에서는 580점을 맞았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당시 카투사지원가능점수는 600점 이상이었다)


뭐니뭐니 해도 그의 불행의 하이라이트는 12월 24일에 벌어졌다. 24일에일어날수 있는 최악의 일은 무엇일까. 20대 초반의 남학생에게 벌어질 수 있는 일... 여자친구와 헤어지다...? 물론아니다.그에게 헤어질 여자친구가 있었다면, 그것을 감히 불행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 바로 그것. 이보다 더 나쁠수없다는... 군입대였다.


그렇지않아도, 기말고사가 늦게 끝나는학교인지라,죽을 고생하며 시험에 올인. 그리고 4일 후 입대. 떠나가기 전에 주변 사람들과 석별의 정을 나누며 천천히준비한다...라는얘기는 별나라 이야기였을 뿐. 그는 그렇게 쓸쓸히 의정부로 향하는 전철에 몸을 실어야 했다.


그로부터 4년뒤... 어느덧 올해도 12월 24일에 이르렀다. 여기저기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고 있는 솔로들의 모습을 발견하던와중에,J군의 사연이 생각나서 몇자 끄적거려 보았다.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신음하고 자조하고 있는 솔로들에게 힘과 용기를북돋아주기위해서 이 글을 썼다...면 너무 건방진 걸까. ㅎㅎ.


‘세상에는 나보다 더 불행한 사람들이많다고생각한다면, 지금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지 깨닫게 될 것이다’란 말은, 상대방의 처지를 자신의 기준으로 판단하고비교하면서우월적인 감성으로 자기 위안을 얻는 매우 비겁하고도 찌질한 행동이다. (퍽이나 행복하겄소)


그러나 적어도그 당시 J군을 떠올릴 때 만큼은, 저 말은 진실을 담고 있다. 2001년 12월 24일의 J를 생각하라!메멘토제이!(?) 홀로 쓸쓸히 입대하는 J군의 뒷모습.... 입대를 하지 않는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한가.


2001년 12월 24일, J군은 훈련소도 홀로 들어갔다. 그 전날, 그의 몹쓸 친구들이 송별회를 한답시고 극한으로 달려버리는 바람에 다들 뻗어버려서다. 미안하다. 친구야. 4년이 지난 이제는 말할 수 있구나.




<이미지로 보는 또다른 교훈 : 안되는 놈은 뭘해도 안된다>




Posted by TTAsoon
끄적끄적2005. 12. 6. 10:54
새벽 6시까지 잠을 못자다가, 이러다간 또 부엉이 생활할 것 같아서, 옷을 챙겨입고 산책을 나갔다. 출발시간은 6시 50분.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시간. 요란했던 동네를 추적추적 걸어올라가니, 차들이 없어지고 적막한 곳이 펼쳐졌다. 왠지 좀 무섭기도 했다.

유영철의 사건도 이 근방에서 있었고, 더구나 주변에 알 수 없는 기괴한 건물들이 많았다. 무슨 작업실 같기도 하고, 개인주택같기도한. 더구나 언덕 꼭대기 위에는 왠 수위아저씨가 앉아 있는 곳까지. 더 올라가보니 '약초원'이라고 적혀있는 철문이가로막고도있었다. 마치 바이오 하자드에나 나올법한 공포스런 분위기의 철문에다가 알 수 없는 건물들도...

어중간한 산길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 학교 뒷편에 있는 봉원사까지 이어지게 된다. 봉원사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날이 밝았지만, 왜 절 안에 있는 그림이나 불상은 왜 그리 무섭게 보이는 걸까. 지은 죄가 많아서 일까.

봉원사로 오는 도중 또 하나의 이상한 건물을 봤었다. 마치 무슨 실험실같아보이는 기괴한 조형물에다가 개 짖는 소리가 들려발길을돌렸던 곳이었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꼭 거기를 지나가봐야겠다고 그곳으로 돌아나왔다. 헌데 그 건물 안에서비명소리가들리는게다. 으앗- 으앗- 하앗- 깔깔깔... 긴장하며 산길을 통해 올라가보니 다음과 같은 팻말이 보였다.
'xx동 배드민턴장' 끄응.

안에는 중년의 남녀들이 배드민턴을 신나게 치고 있는게다. 하앗-뜨앗- 깔깔깔 하면서... 개 짖는 소리의 정체는 역시 개.... 허나 무지무지 작은 개 두마리였던 것이다.

바이오 해저드 분위기에서 시작된 오늘의 산책이었지만, 돌아올 때는 왠지 콧노래를 부르며 내려왔다. MP3 플레이어에서 'don't stop me now'가 나오자 어깨까지 들썩이면서.

나름대로 사진기를 들고가 일상의 발견들을 찍어오고자 했지만, 생각만큼 잘 찍힌 게 없다. 분명 찍을 때 만큼은, 물건 하나건졌다고생각했었는데. 역시 사진 내공을 기르는 것도 보통이 아니다. 동호회에 가보면 사람들 습작 사진도 정말 끝내주는게많더니만...쩝쩝..

















Posted by TTAsoon
끄적끄적/자작만화2005. 12. 4. 07:11

1년전의 낙서...
Posted by TTA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