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글2010. 3. 23. 01:50
회사에 복귀. 하아. 꽤 길었다.

예전에 휴가가 끝날 땐 정말 군복무 당시 휴가 끝나고 복귀하는 느낌이랑 똑같았는데, 이번은 그 정돈 아니었던 것 같다. 나름대로 프랑스 여행도 다녀왔고, 책도 꽤 읽었고, 드라마도 좀 봤고, 영화는 잘 안봤지만, 소개팅도 좀 했고 -다 잘 안됐지만-, 술도 꽤 쳐묵쳐묵. 다음 일에 대한 기대감도 깃털만큼은 있는 것 같아 나름 두근두근.

휴가 중 이슈를 꼽으라면

1) 프랑스 여행
2) 베프의 결혼 & 나름 가장 친한 후배의 결혼
3) 파나소닉 GF-1구매

써놓고보니 별것 없군.
쨌든 손미경 횽아랑도 점심을 먹었으니, 내 인생에 여한은 없다..

복귀 후 내 운명이 어떻게 될지 궁금했었는데,
당분간 배정은 없단다. 그리하야 2009년 연감을 만드는 중차대한 임무가 배정되어 내일부터는 개삽질을 해야하는 서글픈 상황임.

오늘의 힘든 업무가 끝난 후, CP님께서 저녁을 사주셨는데 일산에서 젤로 잘한다는 횟집에서 쳐묵쳐묵. 까르르륵- 부장님과의 나름 즐거운 대화. 의외로 나는 처세술의 달인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뭐 이런게 회사 생활. 다시금 회사원으로 컴백한 나를 축하하며, 그리고 위로하며...

아 씨바 내일은 예비군 훈련이라니.

문) 이민가고 싶은 이유를 고르시오.
 1>지도자
 2>허접한 복지시스템
 3>명절(때 만나는 친척)
 4>제사(때 만나는 친척)
 5>예비군 훈련

지금 나보고 고르라고 한다면, 고민할 필요없이 5번이다.
Posted by TTAsoon
감상/도서2010. 3. 22. 02:33
인질 카논 - 8점
미야베 미유키 지음, 최고은 옮김/북스피어

<인질 카논>

숨을 멈추게하는 미스터리! 반전에 이은 반전! 긴박한 사건 전개의 긴장감.

그런 거 없다. 이번 미야베 미유키의 단편집 <인질카논>에는... 그래도 뭔가 책장을 계속 넘기게끔 만든다. 궁금하게 만들고 인물들을 계속 바라보게끔 만든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면서도, 도시 생활의 차가움이나 섬뜩함에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번 작품은 그러한 복합적인 기분이 들게끔 만드는 매력적인 단편집이다.

7개의 미스터리 단편집. 그렇기에 미야베 미유키의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를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기이한 이야기>가 에도 시도를 다룬만큼 조금 더 흥미롭고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것에 비해, <인질 카논>은 ‘도시’를 다루었고, 그 도시에서 생겨날 법한 사건들을 다루고 있기에 좀 더 와닿는 맛이 있다.

편의점 강도에 의해 인질로 잡히고, 정체모를 택시기사로부터 기이한 이야기를 듣고, 지하철에서 우연히 주운 수첩의 주인이 행방불명이고, 윗집 세입자를 그 누구도 본 적이 없고... 등등등.

교과서의 진부한 표현 그대로, 도시의 ‘익명성’과 ‘파편화된 개인’이 주는 막연한 불안감과 긴장감. 7편의 단편에서 이를 일관되게 포착해내면서 미스테리적 매력을 완전히 버리지 않는다. 그리고 그 결말은 사람과 사람간의 유대로 풀어내는 훈훈한 가능성을 보여줌과 동시에 그 한계까지도 표현해내면서 묘한 씁쓸함을 자아낸다. 읽다보면 슬프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훈훈하기도 하고. 그런 것을 보면 역시나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와 일맥상통하는 한 핏줄 소설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단편은 <과거가 없는 수첩>. 지하철에서 우연히 주운 잡지책 속에 단 한 사람의 연락처만이 기록되어있다. 단 한사람만이 기록되어있단 점에서 기이하다고 느낀 주인공은 수첩의 주인을 찾아줄까 하던 차에 신문 기사에서 연락처가 기록된 그 사람의 주택에 화재가 났다는 소식을 접한다. 그리하여 그는 수사(?)를 시작하는데...

미스터리라고 생각하고 읽어도 좋지만, 외로움에 헛헛한 심정을 느끼고 있을 때 읽으면 더 좋을 듯 싶다. 아울러 지하철 안에서 상대방의 얼굴만 멀뚱멀뚱 바라만 봐야하는 분위기에 말 못할 적적함을 느껴봤다면 더더욱 와닿는 소설이 아닐까. 물론 지하철 안에서 자리잡고 앉아 읽으면 더 분위기가 날 것이고.


Posted by TTAsoon
끄적끄적2010. 3. 22. 01:38

-셔터 아일랜드

스콜세지 횽아 영화라 무지무지 두근두근거리며 봤다. 허나 문제는 역시 사들고 간 음료수가 문제라... 끝나기 20분전부터 화장실로 달려가고픈 욕구를 억누르며 끙끙대며 봤다. 덕분에 식은땀이 흐르며 정신이 혼미해지는 경험을... 그런데 이게 영화 후반부의 디카프리오의 관점과 싱크로 100%인게다. 4D 영화 저리가라할 정도로, 영화 속 주인공에 몰입돼서 봤다.

영화 얘길하자면 어찌보면 스콜세지답지 않은 점도 엿보일 정도라 이 할배도 이제 늙었나...라고 생각했으나 그래도 꽉 차 있다는 느낌은 여전. 쨌든 이 할배 영화라면 당분간은 계속 오케이라우.


-맨유 v 리버풀

간만에 맨유 경기를 첨부터 끝까지 시청. 다행이 박지성의 골도 터져서 너무나 재미난 경기였다. 리버풀을 상대로 승점 3점을 챙기는 영양가 만점의 결승골이라 더더욱 흥분! 박지성은 쓰러지면, 항상 골을 넣는다. 81년생 박지성은 영국에 건너가 8만 관중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포효하는데 나는 지금 뭘하고 있나... 이딴 생각해봐야 뭐하나. 원래 선택받는 -재능있는- 이들은 우리를 즐겁게 해줘야하는 것 아닐까나. 저같은 필부는 하이네켄 홀짝 거리며 축구보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 굽신굽신.


Posted by TTA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