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소위 카우치 사건. 당시 MBC 음악프로는 인디밴드를 소개하는 코너를 진행하고 있었고, 여기에 꼽사리로 출연했던 카우치라는 밴드는 미련없이 자신들의 바지를 벗어재끼는 기행을 보여줬다. 그들이 이놈의 타락한 자본주의를 향해 일갈을 날리고 싶었던지, 아님 그냥 한번 광기를 발산하고 싶었던 건지, 것도 아님 햇살이 너무 따가웠던지 그건 잘 모르겠으나, 이 사건은 표현의 자유 논쟁도 살짝 불러일으키며 나름대로 역사적인(?) 한 사건으로 자리매김한다.
허나, 표현의 자유 논쟁은 그 사건 자체보다는 이후에 이어진 각계각층의 리액션들에서 더 이야기할 거리가 많았다. 이를테면 당시 서울시장으로 계시던 MB의 반응. 당시 MB는 향후 서울시 행사에 문제의 소지가 있는 인디밴드는 초청불가하다, 뿌리를 뽑겠다는 등등의 입장을 내비치며 사실상 경고의 제스츄어를 보여주었다. 그리나 이것이 문제가 되자, MB는 홍대 인디밴드 공연에 참석, 예의 그 살인미소를 날리며 젊은이들과 어깨동무를 한 훈훈한 사진들을 생산해내며 한마디를 덧붙였다. '아아-, 거참 인디밴드들 건전하고 좋아요. 앞으로도 계속 지원할게요, 사랑해요'
MB의 이런 반응은 다시금 인디밴들의 활동에 활력을 불어넣는 듯이 비춰지며 긍정적으로 보도되었으나, 개인적으론 그 한마디야말로 MB의 문화.예술.언론에 대한 (저열한) 인식을 드러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기실, 그것은 잠재적인 검열을 의미하는 것과 다르지않다.
'불건전하고 불량한 것이라 생각했던 것들을 '내'가 직접 보니 그닥 문제될 것 없더라' 이는 불건전하고 불량한 것들과 그렇지않은 것들은 갈라놓는다는 의미뿐 아니라, 불건전하고 불량한 것들은 금지되어야 한다는 것 역시도 함의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심지어 그 판단 기준은 '자기 자신'이 보았다는 것에 근거한다.
-만약 이러한 나의 인식이 편협하고 MB의 의도를 왜곡하는 것이라면, 좋다. 솔직히 인정하겠다. 나는 그냥 MB가 싫을 뿐이고, MB의 말에 꼬투리를 잡는 비루한 루저라는 사실을.-
펌프로 물을 끌어와 청계천 복원을 시킴으로써 주변 경관 운운하는 딱 그대로의 인식대로, 이는 '보시기에 좋았더라'라는 마인드를 반영하는 것이며, '보시기에 거북한 것들 쳐내'는 것으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나같은 찌질대는 루저의 입장에서는, 최근 언론,문화,예술계에 가해지는 압박은 이러한 MB의 철학이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대마왕의 요기는 정부 및 여당 속에 잠재되어 있고, 이는 소위 사회의 주류라고 하는 집단들 속에서 구체적으로 발현된다. 손교수를 필두로 한 당사자들은 일말의 정치적 연관성조차도 부인했으나, 이것이 100% 사실이라도 지금의 한국사회 분위기를 고려한 컨텍스트의 해석은 무의미하지 않다.
까마귀날자 배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까마귀가 날아 공기의 흐름이 바뀌었을 수도 있는 법이다. 이런 말도 안되는 소리도 할 만큼, 지금은 -감히 입에 담을 수 없는- 어떤 분위기가 사회 곳곳에 배여있으며, 이에따른 패배주의가 짙게 깔려있어 그것이 무언가를 결정하는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불과 3년전만 해도, 그 누가 총장실 점거를 한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징계조치가 내려질 것이라 상상했을까. 블로그에 쓴 글 때문에 검찰 조사를 받는다고 생각했을까. 시위 현장을 지나던 시민들을 닥치는 대로 기소했을까. 미디어법과 금산분리(완화)법이 그리 무기력하게 통과되었는데도 아무런 움직임이 왜 없을까.
'(그분께서) 보시기에 좋았더라'란 논리는 사회를 지배해가고, 이에 대한 패배주의는 그 구린 냄새를 더욱 짙게 풍겨가 집단 무기력증을 만들어내고야 말았다. 정치적 외압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모르겠으나, 쨌든 지금은 손석희가 논란이 되는 사회이며, 그 논란으로 말미암아 실제로 방송하차가 현실화되는 시대다. 하나하나 공격받고 쓰러져왔고, 이에 학습된 패배주의는 이제 앞으로 벌어질 일조차도 결정해버린다.
자, 드디어 국감장에서는 김구라에 대한 얘기마저 나왔다고 한다. 한나라당 국회의원의 얘기를 요약하자면 이거다. '보기에 불쾌하다'는 것. 듣보잡 변희재의 말대로 김구라가 과거 한나라당을 까면서 과거 정권의 이쁨을 듬뿍받아 메이저로 출세했는지 어쩄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내가 얘기하고픈 바는, 김구라로 대표될 수 있는 딴따라는 정파성으로 부터 지극히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 하지만, 그다지 심각하지 않게 툭툭 내뱉어지는 말들에 대해서조차 잠재적인 검열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정치적인 반대 입장의 목소리에 대해선 그 어떤 관용도 베풀지 않겠단 의미다. 그리고 실제로 바로 지금의 한국사회가 그러하다.
이젠 벼랑 끝까지 왔단 얘기다. 민주주의라고 일컬어지는 것들은 '보시기에 좋았더라'라는 원칙에 의해 하나씩 제거되었고, 이제 정치 영역과 무관한 것같은 영역들도 하나하나 MB식 조경사업에 의해 다듬어지고 있다.
어둠은 날로 깊어지고, 대마왕의 다크포스은 날로 강해진다. 반격의 그날을 기다리지만, 오늘도 긴, 그리고 캄캄한 밤이다.
허나, 표현의 자유 논쟁은 그 사건 자체보다는 이후에 이어진 각계각층의 리액션들에서 더 이야기할 거리가 많았다. 이를테면 당시 서울시장으로 계시던 MB의 반응. 당시 MB는 향후 서울시 행사에 문제의 소지가 있는 인디밴드는 초청불가하다, 뿌리를 뽑겠다는 등등의 입장을 내비치며 사실상 경고의 제스츄어를 보여주었다. 그리나 이것이 문제가 되자, MB는 홍대 인디밴드 공연에 참석, 예의 그 살인미소를 날리며 젊은이들과 어깨동무를 한 훈훈한 사진들을 생산해내며 한마디를 덧붙였다. '아아-, 거참 인디밴드들 건전하고 좋아요. 앞으로도 계속 지원할게요, 사랑해요'
MB의 이런 반응은 다시금 인디밴들의 활동에 활력을 불어넣는 듯이 비춰지며 긍정적으로 보도되었으나, 개인적으론 그 한마디야말로 MB의 문화.예술.언론에 대한 (저열한) 인식을 드러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기실, 그것은 잠재적인 검열을 의미하는 것과 다르지않다.
'불건전하고 불량한 것이라 생각했던 것들을 '내'가 직접 보니 그닥 문제될 것 없더라' 이는 불건전하고 불량한 것들과 그렇지않은 것들은 갈라놓는다는 의미뿐 아니라, 불건전하고 불량한 것들은 금지되어야 한다는 것 역시도 함의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심지어 그 판단 기준은 '자기 자신'이 보았다는 것에 근거한다.
-만약 이러한 나의 인식이 편협하고 MB의 의도를 왜곡하는 것이라면, 좋다. 솔직히 인정하겠다. 나는 그냥 MB가 싫을 뿐이고, MB의 말에 꼬투리를 잡는 비루한 루저라는 사실을.-
펌프로 물을 끌어와 청계천 복원을 시킴으로써 주변 경관 운운하는 딱 그대로의 인식대로, 이는 '보시기에 좋았더라'라는 마인드를 반영하는 것이며, '보시기에 거북한 것들 쳐내'는 것으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나같은 찌질대는 루저의 입장에서는, 최근 언론,문화,예술계에 가해지는 압박은 이러한 MB의 철학이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대마왕의 요기는 정부 및 여당 속에 잠재되어 있고, 이는 소위 사회의 주류라고 하는 집단들 속에서 구체적으로 발현된다. 손교수를 필두로 한 당사자들은 일말의 정치적 연관성조차도 부인했으나, 이것이 100% 사실이라도 지금의 한국사회 분위기를 고려한 컨텍스트의 해석은 무의미하지 않다.
까마귀날자 배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까마귀가 날아 공기의 흐름이 바뀌었을 수도 있는 법이다. 이런 말도 안되는 소리도 할 만큼, 지금은 -감히 입에 담을 수 없는- 어떤 분위기가 사회 곳곳에 배여있으며, 이에따른 패배주의가 짙게 깔려있어 그것이 무언가를 결정하는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불과 3년전만 해도, 그 누가 총장실 점거를 한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징계조치가 내려질 것이라 상상했을까. 블로그에 쓴 글 때문에 검찰 조사를 받는다고 생각했을까. 시위 현장을 지나던 시민들을 닥치는 대로 기소했을까. 미디어법과 금산분리(완화)법이 그리 무기력하게 통과되었는데도 아무런 움직임이 왜 없을까.
'(그분께서) 보시기에 좋았더라'란 논리는 사회를 지배해가고, 이에 대한 패배주의는 그 구린 냄새를 더욱 짙게 풍겨가 집단 무기력증을 만들어내고야 말았다. 정치적 외압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모르겠으나, 쨌든 지금은 손석희가 논란이 되는 사회이며, 그 논란으로 말미암아 실제로 방송하차가 현실화되는 시대다. 하나하나 공격받고 쓰러져왔고, 이에 학습된 패배주의는 이제 앞으로 벌어질 일조차도 결정해버린다.
자, 드디어 국감장에서는 김구라에 대한 얘기마저 나왔다고 한다. 한나라당 국회의원의 얘기를 요약하자면 이거다. '보기에 불쾌하다'는 것. 듣보잡 변희재의 말대로 김구라가 과거 한나라당을 까면서 과거 정권의 이쁨을 듬뿍받아 메이저로 출세했는지 어쩄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내가 얘기하고픈 바는, 김구라로 대표될 수 있는 딴따라는 정파성으로 부터 지극히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 하지만, 그다지 심각하지 않게 툭툭 내뱉어지는 말들에 대해서조차 잠재적인 검열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정치적인 반대 입장의 목소리에 대해선 그 어떤 관용도 베풀지 않겠단 의미다. 그리고 실제로 바로 지금의 한국사회가 그러하다.
이젠 벼랑 끝까지 왔단 얘기다. 민주주의라고 일컬어지는 것들은 '보시기에 좋았더라'라는 원칙에 의해 하나씩 제거되었고, 이제 정치 영역과 무관한 것같은 영역들도 하나하나 MB식 조경사업에 의해 다듬어지고 있다.
어둠은 날로 깊어지고, 대마왕의 다크포스은 날로 강해진다. 반격의 그날을 기다리지만, 오늘도 긴, 그리고 캄캄한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