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이미지2010. 6. 30. 16:39

Posted by TTAsoon
끄적끄적/이미지2010. 6. 30. 03:44
with 준배옹
선덕여왕 마치고...
Posted by TTAsoon
감상/도서2010. 3. 28. 04:40
<제로 포커스>


국내에서는 이누도 잇신 감독 영화인데다가 히로스에 료코가 나온다는 점을 강조해서 홍보하는 듯 하지만, 아마도 일본 내에서는 원작이 마쓰모토 세이초 <제로의 초점>이라는 것이 더 화제가 되었을 것 같다. (그냥 추측이다) /// 제로의 초점=제로 포커스

근래에 두껍디 두꺼운 마쓰모토 세이초의 단편집 상,중을 읽었는데... 그야말로 ㅎㄷㄷ. 소설보면서 이렇게 살 떨린 적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최근 쏟아져나오는 일본 장르소설 작가들이 입을 모아 세이초를 찬양하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었던 것. 미야베 미유키 아줌씨도 세이초를 자신의 스승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런 표현이 좀 웃길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이초가 그냥 저냥 대중소설만 써온 것이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단편집에 실린 <고쿠라 일기>는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한 작품. 그렇다. 세이초는 아쿠타가와 수상 작가이기도 하다.

그것은 이 양반 단편집을 보면 납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사회파 미스터리, 사회파 추리물 등등등으로 표현되는 것처럼, 이 양반의 소설은 단순히 흥미로운 트릭으로 무장된 법인찾기 게임식의 미스터리물로 설명하기는 좀 부족하다. 사회적 모순이나 부조리(특히 일본 초기 호황기에 생겨난)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 그리고 그로 인해 뒤틀린 인간의 (소심하지만 추악한) 욕망 등이 소설 속에 기똥차게 녹아있다. 실제로도 읽으면서 뒷통수가 서늘해지기도 하고, 괄약근도 움찔움찔하며 터어- 하고 감탄사를 내지를 수 밖에 없었다.

단편집에 실린 소설들을 보면, 이들을 관통하는 몇 개의 주제가 발견된다. 우선은 의도하지 않았으나 그 무엇에 의해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인물들. 그런데 그들은 그 어떤 연민을 자아내게끔 하는 인물들이다. 구시대의 관습에 억눌린, 혹은 자기 자신의 자리를 지켜가기 위한, 신뢰(애정)관계에서 처절하게 버림받은 인물들이 어쩔 수 없는 최악의 소심한!- 선택을 한다. 그러면서도 그들의 범죄는 그야말로 일상에서 살짝 벗어난 행동, 즉 아무것도 아닌 것에 의해 주변사람의 조그만 의심을 사고 결국 전모가 드러나게끔 되어버린다. 그리하여 그 인물들은 가슴 속에 조그마하게 피워왔던 희망들이 지옥같은 절망으로 변해버린다.

책을 읽다보면 첨엔 불편하지만 공감하다가, 또 조마조마하다가, 마지막엔 너무나 큰 비애의 감성을 느끼게 된다. (단편집 '상'에 있는 <고쿠라 일기>, 단편집 '중'의 <멀리서 부르는 소리>, <카르네아데스의 판자>가 특히 와닿는다)

내가 세이초를 읽으면서 너무나 좋았던 이유는, 이 소설이 '사회파' 미스테리라서가 아니라 그러한 슬픈 감성이 너무 짙게 깔려있어서 -너무나도 졸라리 슬프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영화 <제로 포커스>도 그러한 세이초의 특성이 고스란히 반영된 작품이다. 다만 미스테리물로 지나친 기대감을 갖고 본다면 모자란 측면이 많아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원작 소설을 읽지못해 자신있게 얘기하긴 어렵지만-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는 과정이나, 인물의 모순이나 비애가 드러나는 대목에서 다소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역시 세이초 작품의 핵심은 살아있는 영화라고 생각될 수 밖에 없는 것이, 마지막에 터져나오듯 드러나는 인물들의 감정이 강렬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읽은 소설들에 비해 이번 영화는 살짝 신파로 너무 나간 것같은 느낌도 들지만.

아무튼, 흥미롭지만 불편하고 그러면서도 너무나도 슬퍼서 쫌 센치해지는, 그런 작품이다. 허어-..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 상 - 10점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미야베 미유키 엮음, 이규원 옮김/북스피어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 중 - 10점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미야베 미유키 엮음, 이규원 옮김/북스피어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 하 - 10점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미야베 미유키 엮음, 이규원 옮김/북스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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